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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독서

[힘 빼기의 기술] 유연하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힘 빼기의 기술 - 김하나

만나꼬 다들 그래 뛰가야 됩니꺼? 힘을 뺀 것들이 이렇게나 완벽한데 말입니다

01

카피라이터 김하나 작가

 

글이, 문장이, 문체가 말랑말랑하다. 술술 읽힌다. 몰입시킨다.

 

 이 책의 매력을 어떤 말로 표현을 해야 되나 단어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친구한테는 그냥 문체가 좋다 라고 표현을 했지만 확실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글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다른 사람들의 추천사를 보니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설거지나 고양이 구경을 주된 일과로 파자마 차림인 채 하루를 보내나 싶다가도 김하나의 생각은 아주 멀리까지 다녀온다. 인생의 작고 큰 것, 중요하고 사소한 것을 뒤집어 자기식으로 다시 배열한다. 삶의 리듬은 그렇게 약박에서 생겨난다.

-황선우 (패션 매거진 <더블유 코리아> 피처 에디터, 김하나의 동거인)

언제 틀어도 잔잔하게 몰입되는 음악이 있습니다. 차분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계속 들어도 더 듣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음악처럼 이 책은 편하게 술술 읽으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로 쓰여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일들을 이렇게 담백하면서도 매력있게 쓸 수 있구나 아, 이런 사람들이 카피라이터를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책을 쓴다면 이런 글을 써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하나의 추천사에서 저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중략)나는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써보았다. 그러나 써보아야 할 또 다른 글이 늘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 김하나 작가의 원고를 읽으며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어떤 목적도 내비치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할 말을 다하고, 어떤 욕심도 부리지 않으면서 사람을 오래 붙잡아두는 글, 그래서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초현실적 효과를 거두는 글,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싶어했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저자, 문학평론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신 김하나 작가의 아버지는 다독가이면서 독설가라는 소개가 초반에 나옵니다. 그런 분께서 김하나 작가의 첫 책에 대해 문장이 좋다, 술맛 나게 썼다 라는 평을 하셨다고 합니다. 힘 빼기의 기술 이라는 책이 좋아서 후기를 쓰고 있는 독자로서 괜히 뿌듯하고 공감되는, 작가의 아버지다운 담백한 평이었습니다.

 

02

어떻게 인간 따위가 이렇게 훌륭한 걸 만들어냈지?

 

 힘 빼기의 기술은 Part 1, 2로 나눠져 있는데 Part 2는 오로지 남미에서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김하나 작가 특유의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은 남미에 전혀, 전혀! 관심이 없던 저도 남미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적도록 만들었습니다. (남미에 관심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브라질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 한 명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새로 산 아이폰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김작가가 마추픽추를 설명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이렇게 훌륭한 걸 만들어냈지?"
그래, 마추픽추는 바로 그런 감탄의 결정판이다. 그 어떤 인간도 한 번에 한 걸음씩밖에 옮겨놓지 못한다는 걸 나는 같은 종으로서 경험상 잘 알고 있다.
(중략)
게다가 인간을 위해, 인간이 지은, 이 위대한 인간의 도시가 허무하게 망해버리고 400년 동안 그 어떤 인간의 발걸음도 닿은 바 없이 산 위에 버려져 있었다니. 그리고 마침내 기이한 열정에 사로잡힌 또 다른 인간들에 의해 결국 발견되었다니.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다. 덧없고, 낭만적이며, 그래서 눈물겨운.

나는 아직은,
신이 만든 것보다 인간이 만든 것들을 더 보고 싶다.

 

짧게 예시만 보여주기 위해 적었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소중해서 이렇게 길게 인용하게 되었습니다.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거의 모든 인간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졌다는데, 이런 글을 쓰는 일은 영원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03

버킷리스트 2가지

 

한 마리의 고양이가 한 사람의 세계를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고양이

 

 저는 9년째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댕댕파입니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매번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키울 수 있을 만큼 강아지에 대해 잘 알고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강아지 백과사전에 있는 내용을 모조리 암기한 적이 있습니다. 개의 생김새와 이름은 물론, 종류별로 어떤 것에 민감하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외워서 열심히 뽐냈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꿈쩍도 안하셨지만 이런 스토리를 김하나 작가도 똑같이 갖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같이 개파였기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며 투쟁했었다고 합니다. 개만 보면 좋아서 사족을 못쓰는 우리 개파들이 고양이한테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어떤 계기가 있을 때 입니다. 작가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가 반복되자, 마치 계시처럼 느껴져서 키우게 됐고 지금은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엄연한 집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누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물으면, 한 마리의 고양이를 만난 일이라고 답하겠다는 한 집사의 소감을 보고 집사 지망생이 되었습니다. 우리집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놓는 게 목표입니다.

 

-이구아수 폭포 : 악마의 목구멍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랗고 압도적인 폭포를 그려보세요. 거기에다 기대를 잔뜩 덧붙이세요. 할 수 있는 한 많이

 

아르헨티나에서 하루, 브라질에서 하루. 이틀을 잡고 봐야하는 이구아수 폭포는 사실 폭포가 아니라고 합니다.(?)

김작가는 해일과 물결을 비슷하게 묶을 수 있지만 해일을 물결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이구아수 폭포도 폭포가 아닌 그냥 이구아수 그 자체로 불려야 한다고 표현합니다. 배를 타고 돌아보며 폭포수를 미친듯이 맞는 관광코스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미친듯이 웃고 있다는 곳. 비 한방울 맞는 것도 찝찝하다고 싫어하는 저도 분명 그 곳에 가면 즐기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감각들을 차단시키고 살고 있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 어떤 곳인지 검색을 안해보고는 못배길것 같아 바로 찾아보았습니다.

브라질에서 본 이구아수 폭포

이구아수를 생생하게 표현한 글, 그리고 고화질로 찍힌 사진을 봤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감히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이라는 이름이 그저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 비유 표현이 아니라 진짜 악마의 목구멍이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다는 이름. 버킷리스트에 여행하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